바다와 산의 숨은 풍광
제주 · 당일치기

제주에서 완전히 다른 결의 자연을 하루 만에 압축적으로 만나고 싶다면, 바다와 산이 빚어내는 독특한 지형 속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이 좋습니다. 당일치기 여행은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지만 밀도 높은 감동을 원하는 이들에게 제격입니다. 특히 동선을 잘 짜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체력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각 지역이 가진 매력을 온전히 누릴 수 있습니다. 이번 일정은 제주의 섬 속의 섬인 추자도와 남원읍의 해안을 차례로 둘러보며 자연의 깊은 숨결을 느끼는 구성으로 마련했습니다.
여정의 시작은 [제주올레 18-1코스] 추자도 올레입니다. 사람이 사는 네 개의 섬과 아무도 살지 않는 서른여덟 개의 섬이 모여 있는 이곳은 바다에 떠 있는 첩첩산중이라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겹겹이 보이는 섬의 봉우리들은 섬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고, 마치 깊은 산중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묘한 감각을 선사합니다. 산봉우리들 아래로는 끝없이 푸른 바다가 아득하게 펼쳐집니다. 상추자와 하추자의 봉우리들을 넘고 또 넘어 길을 이어가다 보면, 발길을 옮길 때마다 전혀 새로운 풍광이 눈앞에 쏟아집니다.
추자도의 능선을 오르내리며 자연이 빚어낸 거대한 산수화를 감상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됩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여 바다와 섬들이 더욱 선명하게 다채로운 빛을 뽐내고, 구름이 옅게 낀 날에는 첩첩산중의 풍경이 한층 더 신비롭고 아스라이 다가옵니다. 섬 전체를 무리해서 전부 욕심내기보다 자신의 체력에 맞춰 코스의 일부를 걸으며 숨은 비경을 들춰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이는 해방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오후에는 제주 본섬으로 돌아와 [제주올레 5코스] 남원-쇠소깍 올레로 향하는 동선을 추천합니다. 오전에 추자도의 입체적인 산세를 만끽했다면, 오후에는 남원과 쇠소깍을 잇는 해안 길을 걸으며 바다와 가까이 호흡하는 시간입니다. 오전의 산행으로 살짝 지친 다리를 부드러운 해안 산책로를 걸으며 달래기 좋습니다. 햇살이 바다 수면에 부서지는 오후 시간대의 이 코스는 아침과는 또 다른 포근하고 잔잔한 제주의 인상을 안겨줍니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섬의 봉우리와 깊은 바다, 그리고 아늑한 해안 마을까지 두루 경험하는 당일치기 일정은 일상에 지친 마음에 깊은 환기를 선물합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추자도의 풀빛이 짙어지고 쇠소깍 주변의 물빛이 달라지는 모습은 언제 찾아와도 새로운 감동을 줍니다. 이번 주말, 복잡한 생각을 비우고 자연이 겹겹이 쌓아 올린 풍경 속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어 보시기 바랍니다.
코스에 포함된 곳
- [제주올레 18-1코스] 추자도 올레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추자면 추자로 39
- [제주올레 5코스] 남원-쇠소깍 올레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남태해안로 137-1





